국가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 대규모 돈 풀기 정책을 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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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선일보가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과의 인터뷰입니다. 국가재정과 이로인한 파급효과 등에 대해 잘 설명한 기사입니다. 국가재정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여기 옮깁니다.

신문에서 보기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63747?cds=news_edit


국회에서 여야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의하기 시작한 지난 21일,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57)의 목소리는 상당히 톤이 높았다. 재정 전문가인 그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추경을 하더라도 1차 재난지원금 지급(2차 추경) 때 선별 지원해 효과적으로 썼다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지출 중독증에 걸려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재정 낭비가 심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 실장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재정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회 예산정책처 세입세제팀장(2004~2005년)을 거쳐 2006년부터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재정과 세금, 거시경제 동향을 연구하고 있는 재정 전문가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코로나 사태로 추경 편성 등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균형추’ 역할을 한다.

그의 논리를 듣기 위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47층의 사무실 옆 라운지에서 마주 앉았다. 

1차 지원금 선별지원 했으면 2차는 불필요

―코로나 사태로 지난 2분기(4~6월) 미국과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929년 미국 대공황 때 보다 나쁘게 나왔다. 이런 때에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돈을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하는 케인즈주의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중에 되돌이켜 보면 반드시 처음에 예상한 만큼의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가 재정을 너무 많이 쓰면 부작용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 대규모 돈 풀기 정책을 쓰고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맞아 부도 위험에 직면한 기업은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급하니까 무작정 마구잡이로 현금을 푸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렇게 무작정 푼 돈이 소비로 연결되는지는 의문이다.”

―재난지원금은 현금이 아니라 카드로 지급됐고 사용 기한이 있기 때문에 안 쓰면 없어진다. 그러니 사용기한 전에 모두 소비로 이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나?

“아니다.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은 가구는 그 100만원을 모두 썼을 것이다. 하지만 안받았을 경우에는 자기 돈 100만원을 썼을 사람들이 자기 돈 대신 그 돈을 쓴 사례들이 많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돈이 없으니 지원금을 모두 써서 소비로 연결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은 쓰지 않고 정부 지원금을 썼다. 이 경우는 전체 소비가 더 늘지 않았다.

이런 효과를 감안해 보면 풀린 재난지원금의 30% 정도만 소비진작에 활용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12조2000억원의 엄청난 돈을 풀어도 3조~4조원만 소비진작에 쓰여진 것이다. 반면 정부는 12조원의 재정적자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니 정부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 지원했다면 그 돈이 모두 소비 확대로 연결되고 재정 부담도 줄었을 것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원에 12조2000억원, 이번 2차 지원에 7조8000억원을 편성해 모두 20조원을 재난지원금으로 푸는 셈인데, 만약 정부가 1차 때 선별적으로 지원해 12조원이 모두 소비로 연결됐으면 2차 지원을 위한 7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원받지 않고 감내해야 했는데 정부가 나서서 무차별적으로 풀면서 재정이 낭비된 것이다.”

―1차 지원 당시에는 상황이 급했고, 또 선별지원하려면 선별하는 과정에서 행정 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예전에는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조세행정의 인프라가 많이 발달했다. 그래서 지금은 국세청의 납세자 소득파악률이 매우 높다. 예전처럼 선별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2차 지원금 지급을 보라. 대상을 금세 선별하지 않았나?”

국가채무 증가 규모와 속도 둘 다 문제

―코로나 사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채무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채무 비율이 상승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아니면 채무 비율 상승은 불가피한데 그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문제인가?

“둘 다 문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통계를 보면 한국 정부의 채무 비율은 2000년에서 2018년까지 연평균 4.4% 증가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기획재정부)의 발표를 보면 2016년 627조원이던 국가 채무가 2022년 107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6년간 연평균 9.3%씩 늘어난다. 증가율이 예전의 2배 이상이다. 현 정부 들어 3년간 220조가 늘었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220조원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수퍼예산을 짜고 추경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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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단위, %.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정부는 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109%인 반면, 한국은 40% 정도여서 우리가 재정을 더 풀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비교 기준과 대상국가를 잘 봐야 한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는 국가 채무 기준을 파악할 때 대략 4가지 기준을 쓴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기준이다. 한국이 대략 43.5% 정도 된다.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합하면 D2가 된다. 여기에 다시 공기업 채무를 합하면 D3가 되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군인 연금과 공무원 연금을 합하면 D4가 된다. IMF는 국가 채무 기준을 이야기할 때 정부가 실질적으로 부담할 의무가 있는 D4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D3와 D4 부채가 있는 국가가 그렇게 많지 않다.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8개국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D3와 D4 부채가 많다. 정부가 재정 부담이 되는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공기업에 떠넘기거나, 군인과 공무원의 연금 지급을 보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로 정부 채무인 이런 것까지 포함해 비교해야 한다.

이것을 모두 포함하면 2018년말 현재 한국 국가 채무는 43.5%가 아니라 106% 정도 된다. 숨은 빚까지 고려하면 이미 OECD 평균 수준과 비슷해 지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국가 재정이 그렇게 양호한 상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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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비교 대상 국가도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은 무슨 말인가?

“미국과 EU(유럽연합) 회원국, 일본 등은 달러, 유로, 엔 같은 기축통화 국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기축통화 국가들은 인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내 수입 대금을 지불하면 된다. 그래서 재정위기가 외환위기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원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아무리 찍어내도 경제 위기가 오면 해외에서 한국 돈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외환위기가 온다. 그러니 이런 나라들의 국가부채 비율과 한국을 직접 비교하면 안 된다.

또 다른 기준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액(수출+수입)이 100% 정도되는,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과의 비교이다. 기축통화국가가 아니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국가채무 비율을 계산해 보니 대략 GDP의 40% 수준이었다. 그러니 한국도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4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세번째는 고령화 속도이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출산율은 낮은 국가이다. 유럽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들어섰을 때 국가채무 비율이 20% 수준이었다. 앞으로 복지 지출이 폭증할 것에 대비한 조치이다.

한국도 이미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더구나 노인들의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비해 저출산으로 미래에 노인을 부양할 젊은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가 재정을 마구 써서 채무 비율을 이렇게 높여 놓으면 미래의 복지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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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국가채무 60%’ 발언은 포퓰리즘

―문 대통령은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데.

“너무 근시안적이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본인이 야당 생활을 할 때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으면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긴다며 반대하다가 정권을 잡으니 막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미국은 한국보다 재정 지출 규모가 더 크다.

“미국이 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앞에서 말했지만, 우리는 미국과 달리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기축통화)의 발권력이 없다. 미국은 재정위기가 와도 외환위기로 번지지 않지만 우리는 외환위기로 번진다. 일본은 국가채무 비율이 200%가 넘는데도 기축통화인데다 미국과 무제한 엔-달러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어서 외환위기를 겪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돈을 쓰면 누가 견제를 할 수 있나?

“미국처럼 예산 문제는 국회가 견제 장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보다 한 술 더 떠서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정권을 잡아야 하니 돈을 쓰는 쪽으로 간다. 청와대에 이어 정치권까지 이렇게 가면 한국이 포퓰리즘으로 재정파탄 난 베네주엘라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전 대통령들은 지금과 달랐다

―국가채무가 문제가 된 것은 어느 대통령 때부터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너무 빠르게 증가한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대통령들이 스스로 억제하는 노력을 했다. 지금처럼 위험하지는 않았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막 쓰는 정부는 건국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위기 때에는 재정을 쓰더라도 이후에 경제가 좋아지면 세금을 더 거둬서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면 되는 것 아닌가?

“예전에는 대통령들이 취임 초기에 사업을 벌이면서 재정 지출을 늘렸다. 그리고 임기 중반 이후에는 긴축을 하면서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낮췄다. 국가채무 비율이 40%가 넘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래서 재정을 견실히 해 다음 대통령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임기 초부터 일자리 추경이니 뭐니 해서 계속 본예산 외에 추경을 편성해 썼다. 올해도 벌써 4번째 아닌가? 벌써 임기 3년이 지났는데 현재 정부의 중장기 재정계획을 보면 임기 말까지 갈수록 돈을 더 많이 쓰는 형태로 잡혀 있다. 내년에는 후년의 대선을 앞두고 추경을 계속해 복지지출을 더 늘릴 것 같다.

국가채무 비율이 10%대에서 20%대로, 20%대에서 30%대로 늘어나는데 각각 7년이 걸렸다. 20%에서 30%로 늘어나는 데는 9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로 가는 데는 불과 3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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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1%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은 0.8%였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우리 연구원의 경우 마이너스 2.3%로 전망한다.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때보다 올해 나쁘지 않은데 재정지출은 외환위기 당시에 전년보다 3.9%p 늘어난 반면, 올해에는 5.8%P나 늘어났다. 외환외기 당시에는 글로벌 시장이 좋아 우리가 잘하면 금세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이 지금과 좀 다르긴 했다.”DB

정책 잘못 우휴증을 국민 세금으로 수습

―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빚을 늘리면 경제가 좋아진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위험한 발상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빚을 늘리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같이 늘어난다. 그래서 소비나 투자할 돈이 줄어든다. 이미 국민들의 세금부담과 건강보험료 부담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런 것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자기 주머니 출혈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경제운용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정부 재정을 관리할 때에는 대통령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재정지출 중독증에 걸린 것 같다. 대통령이 정책 능력이 있으면 돈 안들이고 커버할 수 있는 많은 영역들이 능력이 부족하니 그 부작용을 국민 세금으로 틀어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 운용을 잘못하는 예를 든다면?

“대표적인 것이 공공 일자리 정책이다. 정부에서 재정을 써서 공공 일자리 100개를 만들면 대신 민간에서 15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국민 세금만 쓰지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

―재정을 많이 쓰더라도 세금이 많이 걷히면 국가채무는 늘어나지 않는다. 내년 세금 수입 전망은?

“박근혜 정부 때 세수 확보를 위해 시행한 비과세 감면 축소 조치가 지난해 대부분 끝났다. 올해에는 경기도 나쁘니 세금 수입은 더 줄 것이다. 반면 현 정부가 펑펑 쓴 돈은 결국 국민들에게서 세금으로 걷어 메워야 하는 것이니, 지금 세대가 세금으로 내지 않으면 미래의 주역인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무슨 죄가 있나? 청년 일자리도 없는데 세금부담까지 씌우니 나쁜 정부다.”

세수 늘리려 소득세와 법인세 올릴 듯

―향후 부족한 세금은 정부가 어떻게 조달할 것 같은가?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으니 부자 증세에 나설 것이다. 최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릴 텐데 그러면 우수 두뇌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간다. 더구나 그 증세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쓰고 있으니 참으로 문제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경상수지와 외환 부문의 관리는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다. 반면 재정위기는 겪은 적이 없다. 그래서 재정위기 불감증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재정 위기는 어떤 형태로 오나?

“베네수엘라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경제 체력이 약화되면 가계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모든 경제 주체의 부채가 증가한다. 민간 부문이 약해지면서 정부의 세입 기반도 약화돼 정부가 해외에서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해외 발행이 성공하면 되는데, 해외투자자들이 국가재정 상황이 좋지 않으면 신규 국채를 사기는커녕 기존 국채도 팔아버린다. 그러면 정부는 채권 이자율을 더 높여줘야 한다. 이자율을 높여도 팔리지 않으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그냥 돈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시중 유통 자금이 늘어나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해외 투자자들은 빠져나가고 국가는 부도 상태에 이른다.

해외신용 평가사인 피치는 국가채무 비율이 48%가 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해외자금의 한국 탈출이 늘어난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국채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낮은 이자율에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해외 신용평가사의 평가도 좋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경험을 되돌이켜 보면 신용평가회사는 위기 직전까지도 좋은 평가를 내린다. 그러다가 위기가 터지면 신용등급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여러 차례 이야기하지만 몇 년 전까지는 대통령들이 재정관리를 그럭저럭 잘 해왔다. 그 영향으로 신용평가사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부터는 조그만 틈에서 시작해 댐이 터지듯 하나씩 하나씩 터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업들부터 피부로 느낄 것이다. 해외로 가려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도 망가진 상태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면 기업과 민간 부문이 계속 돈을 벌고 정부의 세금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위기를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성장률은 하락하고 실업률은 높아지고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은 심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환경이 나쁘다고 보는 해외투자자들도 떠나고 있다. 법인세 높고 규제가 많아 감옥 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떤 경영자가 한국에서 기업하고 싶을까? 이 모든 상황은 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작년에 한국의 명목경제성장률이 1.4%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였다. 소득주도성장, 규제, 친노조 정책이 원인이다. 이것을 바꾸면 되는데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그 부작용은 국가 재정으로 막고 있다.

처음에는 정책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진영 논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정치 이념 때문에 경제가 거덜나고 있는 것이다.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국판 뉴딜’, 규제 완화 없어 성과 없을 듯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 내놓고 새로운 경제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은 규제의 혁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규제는 아직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공유경제와 드론 개발도 아직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공정경제라는 이름 하에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금융그룹감독법을 제정해 기업들을 규제하려고 한다. 기업하기 점점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포착하려는 기업가 정신 없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결코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수 없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노동 개혁도 해야 하는데 되지 않고 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이들이 취업이 안 되는 것은 노동 유연성이 낮아서이다. 강성 노조들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젊은 층이 파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정부가 한 달에 30만원씩 주는 눈가림 정책을 한다고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노동개혁, 규제완화가 필요한 것이다.”

―현 정부의 지지 기반이 노조인데 노동 개혁이 될까?

“그러니까 답답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 실업의 고통을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가식적인가? “

―결국 정치가 문제인가?

“재난지원금을 주니 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정치권이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을 보라. 국민들도 정부가 현금을 나눠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 동안 재정 관리를 잘해왔는데 이번 정부 들어 망가지기 시작했다. 다음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안하고 이번 정부의 정책만 유지해도 국가채무는 폭증할 것이다.”

―재정위기가 외환위기로 번질 때에 대응해 외환 비상금으로 비축중인 외환보유액(8월말 현재 4189억달러)은 충분한가?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있지만 위기상황에 급하게 운용할 수 있는 현금성 외환보유액은 3~4% 밖에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위기가 급격히 찾아오면 700억달러 정도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 기축통화국들과 통화스왑을 잘 맺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예결위를 예산위와 결산위로 분리해야

이야기가 주로 현상 분석과 비판에 집중됐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문제 제기는 공허할 뿐이다. 그래서 대안에 관해 물어보기로 했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재정지출 중독증에 걸려 있다면 재정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박근혜 정부 당시에 제안한 재정건전화법 같은 법을 만드는 것이다. 법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GDP(국내총생산)의 몇 % 이내로 줄이도록 규정하거나, 유럽처럼 연간 재정적자 비율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거나, 세입 대비 얼마 이상은 못쓴다고 묶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법을 만들어도 정치권에서 나중에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정권을 잡기 위해 막 쓰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에서 국가채무 비율의 한도를 GDP의 45%로 규정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40% 이내로 더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집권하고 나니 입장을 바꿔 전임 정부보다 더 쓰고 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둘째 방법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내년에 쓸 범위를 정하는 기준을 제정하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과 영국처럼 국회의 예산결산위원회를 씀씀이를 정하는 예산위원회와 제대로 썼는지 1년 내내 점검하는 결산위원회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다. 결산위원회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듬해 예산을 줄이거나 편성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의 방법들을 종합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국민 혈세의 낭비를 한푼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인터뷰를 시작한지 1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조 실장의 말은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현 정부의 정책에 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 재난 지원금은 어떤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해야 하나?

“코로나 위기와 재난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계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공공부조에 집중해야 한다. 공공부조는 국가의 의무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안착하도록 선별 지원해야 한다. 반면, 기업의 경우에는 한계기업에 지원하면 결국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