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면 꿈에서 알려준다

꿈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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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는 여자친구 제인 애셔의 집에서 자다가 꿈속에서 어떤 멜로디를 들었다. 그는 피아노로 부리나케 달려가 작곡을 했다. 가사는 바로 붙이지 못했다. 수개월이 흐른 후 제인과 함께 포르투칼 리스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영감이 떠올라 완성한 곡이 바로 그 유명한 《Yesterday》다.

현대 유기화학의 창시자인 독일 화학자 케큘러는 벤젠의 육각형 고리 구조를 발견한다. 탄소 6개를 안정적으로 배열해 수소 6개를 붙이는 방법을 고민하던 케큘러는 벽난로 옆에서 졸다가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꿈속에 머리로 꼬리를 문 채,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뱀이 나타났다. 잠에서 깬 케큘러는 꿈속에 나타난 뱀의 모양에 착안해 고리 모양으로 서로를 잡고 있는 탄소 구조를 생각해 낸다.

이처럼 음악가나 과학자들 중 꿈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생애 최고의 산출물을 만들어낸 사례는 흔하다. 존 레넌의 《#9Dream》,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Misery)》 등도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창업가들도 꿈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례가 많다. 타이어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굿이어타이어. 오늘날의 영광은 창업자 굿이어의 꿈에서 시작됐다. 1839년, 철공소에서 일하던 굿이어는 고무신을 신고 자루가 고무로 된 망치를 두드리며 일하는 게 일과였다. 그런데 여름이면 고무가 녹아서 찐득찐득해지고 겨울이면 굳어서 딱딱해져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당시의 고무 제품은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생고무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강한 굿이어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아예 일자리를 고무공장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온갖 화학약품과 재료를 혼합해 보기도 하고 불에 쬐어보기도 하고 얼음에 담가보기도 하면서 온도에 변하지 않는 고무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날 늦게까지 실험을 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고무 조각에다 유황가루를 섞어 태양열에 오랫동안 두었더니 신기하게도 새로운 모습의 고무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는 너무도 기뻐 순간적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잠에서 깼다.

그는 곧바로 꿈속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고무를 잘게 썰어 대야에 담고 상점 문이 열리기 무섭게 유황가루를 사다가 섞었다. 아침이 되자 해가 떠올라 대야를 따뜻하게 비췄고 시간이 흐를수록 열을 받아 빛과 감촉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고무 제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재봉틀을 발명한 엘리어스 하우도 꿈속의 아이디어로 성공한 창업가다. 1845년 산업혁명 때 천을 만드는 직조기가 발명되었지만 재봉사들이 수작업으로 만들었기에 옷을 만들어낼 기계의 발명이 시급했다. 미국에서 직물업자들이 막대한 상금을 내걸었고, 이에 고무된 하우는 옷 만드는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바늘이 실을 집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우는 꿈을 꾼다. 하우는 꿈속에서 아프리카 식인종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밀림 속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원주민에게 잡히고 만다. 원주민들은 그를 막대기에 매달아 무쇠솥에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버둥거리던 하우는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할 때쯤 손을 묶은 끈이 느슨해진 걸 알게 된다. 솥 가장자리를 잡고 뜨거운 물 밖으로 몸을 끌어올릴 때마다 원주민들은 날카로운 창으로 찔러 하우를 물속으로 밀어넣는다.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이 장면이 하우의 뇌를 때렸다.

“창 끝마다 구멍이 나 있다니, 거참 이상하네. 끝에 구멍이라…끝에 구멍! 맞아, 유레카!” 손으로 할 때는 뭉툭한 끝부분에 바늘구멍이 있는 게 편할지 모르지만 기계로 만들 때는 뾰족한 쪽에 바늘구멍이 있어야 편한데 그걸 놓친 것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자 바늘이 옷감을 뚫고 실을 아래로 가져가 두 번째 실로 감싸 다시 끌어올리는 기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아주 쉽게 해결됐다.

간절하면 꿈이 꿈을 이뤄준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간절하면 꿈이 꿈을 이루어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잠자는 동안 우리의 의식은 사라진다. 하지만 뇌혈류량이나 산소 소모량은 깨어 있을 때에 비해 아주 크게 저하되지 않는다고 한다. 뇌는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적당하게 활동한다는 뜻이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외부 상황에 반응하느라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지 못한다. 오히려 잠을 자고 있을 때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화된 무의식적 생성관념’ 즉, 꿈속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꿈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사람들의 제언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의 4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필기도구를 항상 곁에 두고 잠을 자라. 꿈은 일시적으로 기억했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명상과 수면 앱으로 유명한 캄(Calm)의 공동창업자인 마이클 액톤 스미스는 “꿈을 꾸거든 의식적으로 일어나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가져라”라고 조언한다.

둘째, 잠들기 직전에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질문해 보라. 깨어 있을 때는 무작위적인 생각들이 연결되지 않지만 잠이 들면 직전에 생각했던 문제가 연결되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도 “잠들기 전에 뇌를 이완하고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질문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셋째, 잠을 깨우는 방법을 찾아내라. 꿈속에서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할지라도 깨어나지 못하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렇다고 자의적으로 일어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깨어날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는 침대 옆 보조 테이블에 접시를 놓고, 그 위에 숟가락을 얹어놓았다고 한다.

넷째, 꿈을 선명하게 꾸도록 훈련하라. 일반적으로 꿈은 흐릿하게 꾸는 경우가 많은데, 훈련하면 명쾌하게 꾸어진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 타라 스와트는 “꿈을 꾸고 싶다거나, 꿈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좀 더 밝은 꿈을 꾸게 된다”고 말했다.

꿈속에서 만난 사람은 한번쯤 봤던 사람이며, 수면 중 주변의 자극이 그대로 꿈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은 대체로 경험한 바일 것이다. 즉, 고민하고 집중하는 일들이 꿈속에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오늘밤 꿈을 불러오는 것은 어떤가?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392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이 글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