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쉽게 요구하는 개인정보

요즘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그것도 아무 거리낌없이 당연하다는 듯한 요구에 거부감

0

어느 대학 CEO포럼에서 ‘포스트코로나시대, 비즈니스모델 뉴노멀’을 주제로 2회 특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email에 다음 그림처럼 ‘성범죄 경력조회 동의서’를 보내라고 한다. 보라색으로 강조하는 것이 부족했는지, 밑줄까지 쳐서 보내왔다. 더 중요한 일정과 시간 등은 작고 가는 글씨로 보내면서.

답장을 보냈다.

“교육대상이 기업 CEO들이고, 캠퍼스가 아닌 외부장소에서 강의하는데, 왜 이런 조회를 해야 하느냐?”고. 며칠 후 온 메일에는 “대학이나 지자체 강사에게는 필수로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는 두꺼운 글씨로 보내왔다. 군말한 내가 맘에 안 들었는지 전후 설명 없는 짧은 답문이다.

이전에도 몇몇 여자대학에 강의갈 때, 요청을 받은 바 있어서 응당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언급했지만 대상이 모두 다 큰 남자 어른들이고, 그것도 구청의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가 수주해 구청 강당에서 하는 강의인데 왜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요즘 개인정보를 너무 쉽게, 그것도 아무 거리낌없이 당연하다는 듯한 요구에 거부감이 크다. 특히 그냥 읽기만 해도 거북한 단어들 ‘성범죄’ 같은 단어는 아주 거북하다. 게다가 성범죄 경력조회라는 건 또 뭔가? 성범죄도 경력을 따지나?

마지못해 동의서를 보내긴 했지만, 그 뒤에다 이렇게 토를 달았다. 2주 전에 교안을 보내라는 메일에 대해 “두 차례 연기된 바 있으니 확실하게 확정되면 교안은 보내겠다.”고. 사실 사전 약속을 해서 지켜야 할 약속이지만 내심 가기 싫어서다. 결론은? 취소됐다는 통보가 왔다. 아마도 껄끄러운 강사가 맘에 안들어 애둘러 표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엊그제는 정부기관 고위직 3명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가다 QR코드를 찍으라고 해서 다들 그냥 헤어졌다. 서로가 부담되서다.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것은 그냥 사적인 만남인데, 혹시라도 나중에 코로나 검사라도 받게 되면 그로인해 “감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이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듯해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인권이 속박당하는 느낌, 그런 것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