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2년 전 오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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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적으로 160억 개의 디지털 쿠폰이 사용되었으며 2019년에는 310억 개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이로운 쿠폰시장에도 위.변조나 이중회수 등 사기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하려고 한다.” 엊그제 홍콩과학기술대(HKUST) 스타트업 심사에 갔을 때, 이 문제를 들고 나온 Hu Yao Chieh(Computer Science and Engineering 전공)의 발표내용이다.
또 다른 HKUST 학생은 “IoT는 우리 일상생활을 극적으로 개선해 줄 것이라고 단정하고들 있지만 곧 쓸모없게 되거나 새로운 버전으로 대체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감안한 비즈니스모델로 HaaS 모델을 제안한다고 했다. 여기서 Haas는 Hardware-as-a-Service이며 ASP에서 Saas로 이어지는 메커니즘과 같다.
귀국하자마자 고대 스타트업 4팀과 얘기를 나눴다. 권기빈이라는 학생은 “IoT Device를 활용해서 반려동물 안전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했고, 종이로 만든 로봇인형을 선보인 안상욱 학생은 손으로만 조립이 가능한 장난감 로봇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제품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늘 한 방송기자와 점심을 했다. “요즘 뭐가 제일 화두인가?”라고 물었더니 “블록체인이 모든 정치이슈를 삼켜버린 것 같다.”면서 다른 취재도 해야 하는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더 급해졌다는 것이다. “오늘 절반 가까이 빠졌는데 더 빠질 것 같다. 실제로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보도자료를 봐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취재하면서 이렇게 사전에 공부가 필요한 일은 드물다며 힘들어했다.
집에 와서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열었다. 첫 화면에서부터 블록체인, 4차산업혁명, 스타트업 포스팅 들이 줄줄이 달려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거나 새로 등장하는 용어만 외우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사실 나는 블록체인 메커니즘에는 관심 있지만 기술까지 이해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음에도 모든 매체들과 포스팅들이 열기만 하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로 도배되어 있어서 ‘알아야 한다’는 강박을 주고 있다.
󠅐 이렇듯 만나는 사람마다 가상화폐, IoT, 로봇, 기술상품, 공유경제,도시재생 등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견인하기 위한 몸짓들이 활발하다. 이들 특히 충천한 자신감으로 설명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고, 기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더할수록 피로감도 배가된다.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 때문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다차원의 셈법이라 어느 한쪽이라도 소홀히 하면 해법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에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만큼 학습이 필요하지만 제한된 머리와 시간으로 이를 모두 알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터득한 지혜 가운데 하나는 “절망(despair)하지 않으려면 미리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제 버릴 것은 버려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