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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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공교롭게도 두 사람에게서 비슷한 문자가 날아왔다. “올해부터 내 이름을 정민으로 불러 달라”는 것과 “내 이름은 잊고 차라리 꼴통으로 불러 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은 이정은과 임현정이다. 즉시 전화를 걸어 “예쁜 이름을 가졌는데 왜 그리 호들갑이냐?”고 했더니 너무 흔해서 싫다는 것이다. 언뜻 떠오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들먹이며 정은이는 가까스로 달래긴 했지만 현정이는 짜증을 내면서 심통을 부렸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때문일까?” 요즘 들어 이름에 콤플렉스를 느낀 사람들의 개명 움직임이 거세다.

사이월드에서 가장 흔한 ‘김이박’ 세 성씨로 81년생 동명이인을 찾아봤더니 ‘현정’은 1,438명, ‘정은’이는 1,107명이었다. 단지 출생년도가 같은 세 성씨로만 찾아도 이 정도라면 흔한 이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지난해에 가장 많았던 동명이인은 이영자였으나 금년에는 이영숙으로 바뀌었다. 반면에 가장 클릭 수가 많았던 이름은 강금실, 전도연, 이금자였다. 다시 같은 조건으로 81년생 이영숙을 찾아보니 240명이었고, 이금자는 9명에 불과했다. 세대에 따라 이름도 이렇게 차별대우를 받는 듯 하다. 언급한 두 친구가 개명을 한다 해도 후자의 두 이름으로는 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수년 전, 한 인기 여가수의 이름을 따서 한해에만 무려 2만 7천여명의 신생아가 그 여가수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한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이 크면 개명바람이 불지는 알 수 없지만 부모의 나이도 대부분 20~30대일테니 그들이 나날로그 세대여서 그렇다고 치부할 일은 아닌 듯 하다. 만일 너무 흔해서 싫다면 실존이름이지만 흔하지 않은 이름 예컨대, 이남자, 이여자, 방귀녀, 강아지, 여인숙처럼 짓거나 차라리 ‘무명씨’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4천 5백만 인구 중에는 어차피 동명이인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인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씨도 그 시대에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였다. 그래도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필자의 이름을 언급한 동일조건으로 찾아보니 164명이나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필자의 나이로 검색해 보니 ‘김이박’을 합쳐 불과 7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이 조금은 디지털 세대적인가? 싶기도 하다.^^

20대에는 삶이 하도 팍팍해서 잠시 내 이름에 책임을 떠넘기고 싶을 때가 있었다. 사회에서는 주석석(錫)을 쓰지만 호적에는 돌석(石)인데 여기에 형통할 형(亨)자니까 “돌이 형통해 지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일까? 30대 들어 서서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으니 이름 따라 잘 흘러왔다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위의 두 친구에게는 흔한 이름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주고 싶다. 이름이 흔하다고 콤플렉스를 느낄 것이 아니라 아이러브스쿨처럼 흔한 이름을 무기로 동명이인 사이트를 만들어 창업한다면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지 않을까? 라고…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