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음식점 비즈니스모델

엔데믹시대 음식점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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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여의도 증권가에 350평의 푸드코트가 오픈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픈한지 불과 수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베테랑 외식사업가가 그 자리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바톤을 이어받은 사람은 그동안 여러 곳의 폐업점포를 다시 살려온 그야말로 외식업계에서는 꽤 알려진 창업가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난 지금, 예상과 달리 오픈효과가 없다. 통상 음식점이 오픈하면 처음에는 ‘오픈발’을 받아서 잘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다. 여의도 상권의 특성은 오피스거리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점심과 초저녁 고객은 많은 편이다. 게다가 직장인들이 즐길만한 가성비 높은 음식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자영업 시장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이제는 전통적인 비즈니스모델로는 한계상황이 온 것 같다. 게다가 확진자 폭증으로 더욱 힘들어 질 것은 자명하다. 자영업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Noma)식당은 2004년 개업한 덴마크에서 유일한 미슐랭2스타 레스토랑이다. 게와 가재, 대구 등 북유럽 식재료를 이용해 특색 있는 ‘뉴 노르딕’요리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셰프 ‘르네 레제피(René Redzepi)’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햄버거 가게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식사를 하려면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할만큼 잘되던 곳이다. 레제피는 여행자를 위한 요리를 포기하고 현지인들에게 저렴한 음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요리로 미슐랭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신롱지(Xin Rong Ji)는 최근 요리를 버리고 민어국수를 주 메뉴로 한 작은식당(bistro) 브랜드, 샤오롱구안(Xiao Rong Guan)을 오픈했다. 상하이 와이탄(Waitan)에서 유명한 상어지느러미 요리점도 최근 지느러미 없는 수프를 제공하고 있다.

언급한 사례에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할 음식점의 방향,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요리음식보다 가성비 높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패스트푸드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대형 점포 음식점들이 점포크기를 줄이고 있다. 셋째, 야생동물과 관련된 메뉴를 기피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음식점이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상권단위로 대응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도쿄에서도 이름난 긴자(銀座) 상권에서는 12개 점포가 협력해서 야외에 공용테라스(terrace)를 열었다. 일단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 공용테라스에서 대기 중인 손님에게 갖다 주는 시스템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근 유휴지를 활용하는 모델이다. 법적인 문제가 있지만 지자체가 일시적으로 허가했다. 이 모델이 성공하면 지자체도 장기로 활용할 수 있는 유휴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교토의 한 상점가에서는 ‘벼랑도시락’을 한 곳에서 모아 판매한다. 이 상점가에 입점한 음식점들이 각자 자신의 메뉴를 도시락으로 만들어 정해진 공간에서 통일된 가격(800엔)에 판매하는 것이다. 고객은 여러 곳을 다닐 필요 없이 한 자리에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도시락 이름으로 낭떠러지를 뜻하는 ‘벼랑’을 선택한 것은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를 살려 달라”는 간절함을 담기 위해서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처음 시도한 지난 4월에는 불과 15분에 1,500개 도시락이 완판됐고, 갈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언론에서 상생모델로 소개되자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이 많아졌고, 유튜버들이 앞다퉈 소개해 준 덕분에 지금은 각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매출보다 훨씬 많이 팔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오프라인 판매를 넘어 배달 채널을 추가했다. 배달은 대상지역 택시를 활용한다. 택시회사도 관광객이 급감해 운영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선뜻 응했다. 그야말로 지역사회를 살리는 획기적인 상생 비즈니스모델이라 하겠다. 다만 도시락으로 만들기 어려운 음식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각자도생보다는 지역중심의 상생모델로 코로나 이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객과 음식점, 지자체가 모두 확실한 명분이 있어서 쉽게 정착된 케이스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지역에 따라 상권활성화재단이나 상가번영회같은 조직이 있어서 서로 협력하면 효과적인 상생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에 취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도 떠오르고 있다. 노인에게 맞는 식빵과 수프를 배달해 주는 사업모델이 그것이다. 노인식빵은 일반식빵과는 달리 이가 약한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식빵이다. 딱딱한 음식을 잘 씹지 못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수프도 노인 영양섭취에 맞춰져 있다.

노인도시락 배달업도 갈수록 시장이 커지고 있다. 보통 도시락은 식염 비중이 4.5그램인데 반해 노인도시락은 2.0g으로 낮다. 노인 고혈압 환자가 많다는 점을 파고 든 것이다. 일본의 고령자 비율은 2019년 기준, 28.1%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남성은 25.1%, 여성은 31%다. 이들은 반경 1.5Km를 걷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여기에다 록다운의 여파로 외출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디지털과의 융합을 통한 서비스모델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비반트(Bon Vivant)’의 비즈니스모델은 앞으로 음식점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먼저 키친스튜디오에서 셰프가 요리를 한다. 그 장면은 세가지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된다.

첫 번째 채널은 인도어 채널이다. 요리를 하는 장소에서 함께 어울리며 식사하는 형식이다. 메뉴는 매일 앱을 통해 미리 공개되기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은 현장을 찾으면 된다. 두 번째 채널은 줌(ZOOM)을 통한 원격화상 채널이다. 유명셰프의 요리를 따라하고 싶은 가정이 구독한다. 가입자는 실시간으로 셰프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요리할 수 있다.

세 번째 채널은 유튜브다. 키친스튜디오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모두 녹화해 유뷰트에 올린다. 여기에서 광고수익을 올린다. 그야말로 원소스 멀티유즈(OSMU) 모델이다. 음식점은 입지업종이라는 한계를 극복해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한 시도다. 이 모델은 확장가능성이 높아서 헬쓰, 요가등 서비스 업종에서도 차용될 것이 확실하다.

음식업이 위기의 포스트코로나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점포, 배달이나 픽업이 가능한 간편식, IT와 융합한 O2O 시스템, 지역사회 상생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