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유 비즈니스모델

취업에 성공해 급여를 받게 되면 제한된 기간 동안 일정 비율로 갚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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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된 저성장과 빅테크의 영향으로 빈부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국제 자선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2009년까지만 해도 세계 상위 부자 380명의 부가 하위 50%와 비슷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상위 42명으로 압축됐고, 2019년에는 2명까지 좁혀졌다. 최근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빈부 격차가 일자리 격차로까지 확대되는 기폭제가 됐다.

빈부 격차가 학력 및 일자리 격차로 확대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정의 자녀가 유명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중하위권 대학보다 훨씬 높았다. 이화여대(43.8%), 포스텍(37.9%), 고려대(37.8%), KAIST(37.3%), 서울대(36.7%), 연세대(35.1%) 등의 순이었다. 반면 소득 하위 10% 학생이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비중은 7~11.4%에 불과했다. 부모의 소득이 자녀들의 대학 입학이나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가족 기반 네트워크가 약하거나 지속적인 학습기회를 갖지 못한 저소득층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라스트마일(Last Mile)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이 최근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그것이다. 저소득 청년층이 양질의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선행교육을 시킨 후, 미래에 일정 비율로 소득을 나누는 것이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요컨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청년들에게 기술 훈련비를 미리 지원해 준다. 이 청년이 취업에 성공해 급여를 받게 되면 제한된 기간 동안 일정 비율로 갚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람다스쿨(Lambda School)이 대표적이다. 과정을 좀 더 들여다보자. 람다스쿨에 등록한 청년들은 휴일을 제외하고 최소 9개월 동안 코호트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다. 교육 프로그램은 취업이 용이하고 전망이 밝은 기술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핵심 과목으로는 데이터베이스, 기계학습, 데이터 시각화, 통계 및 모델링 등이 있다.

이 청년이 취직을 하면 월급여의 17%를 2년 동안 상환해야 한다. 소득 공유 금액은 총 3000달러다. 단, 월소득이 5000달러를 넘는 시점부터 상환이 시작되며, 그 이하 소득이면 자동으로 순연된다. 예를 들면 월급여가 5000달러일 경우 17%인 850달러를 24개월 동안 지불한다. 총 지불금액은 2만400달러가 된다.

여기에서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는 ‘월급여가 5000달러를 넘지 못하면 평생 빚을 업고 가는 것일까?’다. 그렇지는 않다. 수료 후 60개월 동안 규정임금을 받지 못하면 자동으로 지불 의무는 소멸한다. 다른 하나는 ‘생활에 어려운 일이 생겨도 무조건 변제해야 할까?’다. 이 문제는 자체적으로 금융 도구를 개발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유가 분명할 경우 변동상황에 따라 상환 유예가 가능하다. 람다스쿨은 이런 방식으로 현재 2500여 명의 청년들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나쁘지 않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은 강사의 질과 잦은 교체 문제다. 강사가 수강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달할 경우 교육의 연속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둘째, 수강생 중에는 훈련 외에 추가로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셋째, 교육 도중 탈퇴하거나 해당 기술 이외의 분야로 진로를 변경했을 때도 변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이런 모델을 활용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실제로 람다스쿨은 과거 캘리포니아 사립중등교육국(BPPE)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청년들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일부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이 있음에도 소득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하게 소개한 이유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저소득층이나 양질의 일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들에게 교육부의 학자금 대출이나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모델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런 성격의 대책은 구조적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복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한 번 전공을 선택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은, 이른바 학위 내구성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 기술의 유효기간이 짧다는 점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보상 데이터 전문기업인 페이스케일(PayScale)의 자료를 보자. 최근 20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을 보면 인문학 전공자들은 고졸 기능직보다 15만 달러나 적었다. 학비를 감안한 차이다. 또한 153개 학사학위 중 46개는 등록금을 20년 국채에 넣어두는 것보다도 훨씬 못한 수익률을 보였고, 18개는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년 국채 수익률보다 적은 대졸자 연봉

흥미로운 사실은 공학 전공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일례로 버클리대 등에서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20년간 일했을 경우 고졸자보다 110만 달러를 더 번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 저소득층 젊은이들에게 채무를 짊어지고 가게 할 게 아니라 유망한 첨단기술을 배우도록 해 빈곤 탈출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 하겠다.

원래 소득 공유 모델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1955년에 쓴 에세이 《교육에서 정부의 역할》을 통해 제안한 개념이다. 주식투자와 같은 방법으로 학생들이 쉽게 투자받아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예일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과 지자체 등에서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기관이나 지자체 같은 공공 영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학기~2019년 1학기 기준, 학자금대출을 이용한 학생 수는 46만2672명으로 전체 학생의 13.9%나 된다. 갈수록 그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민간 영역에서의 소득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좀 더 체계화된다면 구조적 일자리 창출로 인한 소득 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언급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고도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이 글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