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視點)의 함정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

0

나는 창업전문가로서 꽤 오랫동안 언론에 기고를 했고, 방송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현재까지 책도 14권을 냈지요. 그런데 글을 쓰던 초기에 고치지 못한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시점(視點,/point of view)의 문제였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 두 문장을 먼저 읽어 보시죠.

[1] 자영업을 창업하려면 최소한 30% 정도의 마진율을 내야 한다. 여하한 방법으로 마진율을 높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예를 들면 식재를 구입하더라도 마트에서 사는 것 보다는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가져와야 한다.

[2] 음식점에 가면 그 음식이 무슨 식재를 썼는지, 영양에 비해 너무 많은 폭리를 취하려는 건 아닌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가맹본부들은 가맹점을 모집할 때, 30% 마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마진율이다.

위의 두 문장 중 [1]은 창업자 시점에서 쓴 글이고, [2] 문장은 고객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맥락은 같지요. 그런데 처음 글을 쓸 때는 [2]번 형식의 글이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내가 창업가들에게 컨설팅하는 전문가인데도 말입니다. 왠지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서 창업자 입장에서 쓴다는 게 내심 불편했습니다.

언뜻 이해가 안되지요?

하지만 나는 [1]번 형식으로 써야 했습니다. 창업자를 위해 써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이지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시점(point of view)을 바꿔 생각한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단지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내가 소비자로서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시점을 창업자 입장에서 쓴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1]번처럼 글을 쓰면서도 그 글을 고객이 읽으면 “저 자식은 소비자들을 울궈먹으라고 조언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창업자라면 아마도 [1]번 글이 머리에 익숙하게 들어올 것이고, 소비자라면 [2]번 글이 얼른 와 닿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한 시점(point of view)이 고착화되면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평소에 우리도 ‘입장 바꿔 생각하기’가 그리 쉽지 않죠? 일부러 입장을 바꿔서 애써 생각해 보려고 해도 그게 정말 어렵습니다. 머리로는 가능한데, 마음까지 이동하는 건 어렵거든요.

이제 좀 이해가 되시나요?

청년요가대회에서

자,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우리는 창업할 때, 내가 가진 상품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 정도 상품이면 소비자들이 틀림없이 살거야.” 라고 스스로 우월감을 갖는거죠. 소비자 시점에서 생각하지 않고 말이죠. 예전에는 그게 통했습니다. 욕구는 많은데 물질이 부족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계획경제가 아닌 다음에는 같은 상품이라도 많은 경쟁상품이 있지요. 결국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어야 승리합니다. 그렇다면 당연이 사줄 소비자의 생각을 읽는 게 상품개발보다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지금은 핵심 소비자를 잘 설계해야 합니다. 요즘은 핵심소비자를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지요? 즉, 페르소나의 생각을 먼저 읽고, 이들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한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페르소나는 창업교과서의 제 1장 1항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창업가들을 만나면 자기가 만든 제품만 얘기하거든요. “저는 특허가 있습니다.” “어떤 제품보다도 기능이 우수합니다.” 이런 식이지요. 특허가 있고, 기능이 우수하다고 잘 팔리면 실패한 사람이 거의 없게요? 아닙니다. 특허는 이전에 같은 기술기반 제품이 없으면 내 주는 것이지, 그게 가치가 우월해서 내 주는 게 아니거든요.

시점 얘기가 나왔으니 재미로 그림 두장을 보여드리지요. 아래 그림은 스페인 카달루냐 (Catalonia)의 달리미술관에 있는 링컨 초상화입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분명히 링컨 초상화인데요. 가까이서 보면 돌아선 여체모습이 보일겁니다. 같은 시선이라도 이느 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카탈루냐,달리미술관의 링컨초상화(1)

카탈루냐_달리미술관_링컨초상화(2)

이제 창업가에게 시점(視點)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나로부터 시작되는 일방형 시점이 아니라 소비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글을 처음에 쓸 때 고민했던 문제가 지금은 오히려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네요. 소비자 입장에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