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는 미덕이 아니다

0

어떤 지역을 가려면 사전에 잔뜩 긴장해야 하는 도로가 있다. 올림픽대로 여의도 쪽에서 고속버스터미널로 진입할 때도 그중 한 곳이다. 지난 금요일 오후 6시, 내 앞차를 가로막 듯 끼어드는 차량이 있었다.(04누 7111) 줄을 서서 15분 가량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부딪힐뻔 한 찰나에 두 차가 동시에 멈춘다. 이들 차량은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가 마음을 추스렸는지 다시 출발했다. 나 역시 끼워주지 않았더니 내 뒤로 슬그머니 들어온다.(백미러에 비친 사진) 내 뒷차가 양보해 준 모양이다.

지난 88년, 시드니에서 로터리가 비어 있어서 진입했다가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대기중이던 차량 운전자가 창문을 열더니 삿대질과 함께 엄청난 욕을 퍼부었다. 일단 회전중인 차량이 지나가면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차량이 다음에 진입해야 하는데 내가 순서를 어긴 것이다. 사실은 당시에는 그런 규칙조차 몰랐다.

98년 겨울, 삿포로를 갔다. 그날따라 눈이 엄청 많이 내려서 모든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2차선 도로인데 모든 차량이 추월차선인 1차선은 모두 비워둔 채 주행차선인 2차선으로만 가고 있었다. 마중나온 내 차만 1차선을 내달았다. 운전자는 제일교포인데 챙피해서 혼났다.

그 뒤부터 운전할 때는 최대한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줄서기를 거부하고 끼어드는 차량은 용납이 안된다. 한편으로는 시드니에서 배운 것처럼 양심없는 운전자에게는 한치의 양보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야 다음에는 그 사람도 규칙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옆차선 앞쪽에 달리던 세 대가 동시에 팔을 내놓고 길거리가 재떨이인 양 담배를 털어댄다.(50모 3769/) 팔을 길게 내 놓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만 여기에 담배를 털어대는 꼴이 아주 사납다.
문화는 경제처럼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그걸 이해하지만 일부 차량의 운전습관은 용납이 안된다. 언제쯤 운전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될지 모르겠다. ‘고발 릴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규칙을 어기는 차, 양보하지 맙시다! 그래야 고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