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에도 투자성공한 스타트업의 비밀

코로나상황에서도 투자받은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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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이 단기 전망을 본다면 벤처 투자자들은 장기 전망을 본다. 엑시트(투자회수)를 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 투자금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시장의 미래 가치가 크다는 말과 같다. 최근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상황에서도 전도유망한 스타트업들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어떤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편의점 개업 15%나 감소

공유경제 플랫폼인 ‘스페이스뱅크’는 최근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시드머니를 투자받았다. 다양한 모양의 공간, 요컨대 소매점포나 마트 등의 유휴공간을 수요자와 연결해 단기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동일한 플랫폼이 성장일로에 있고, 일본의 경우 음식업 점포를 시간대별로 나눠 운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주목되는 사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 입지 기반 소매업이라는 점이다. 통계청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업한 편의점(휴게음식점)은 전년 동기 대비 9.43% 줄어든 2526개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된 2분기에는 개업 점포 수가 무려 15%가량 감소한 1261개로 나타났다.

커피숍이나 고깃집, 뷔페식당 등도 마찬가지다. 개업의 경우 커피숍은 올 상반기 기준 6745개로 전년 대비 10.27%, 고깃집은 1245개로 28.35%, 뷔페식당은 122개로 26.95%나 감소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스페이스뱅크의 투자 유치는 업계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공간 공유 비즈니스 모델로 초기 투자를 예약받은 스타트업은 스페이스뱅크뿐만이 아니다. 공간 매칭 서비스 모델인 ‘빌리오’는 현재 음악 및 댄스 연습실, 녹음실 등의 공간을 연습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연결해 주고 있다. 이전부터 서울 양재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음악 연습실을 구독 서비스 형식으로 매칭해 주는 개인사업자들은 있었지만 플랫폼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최근 유튜버 도전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크리에이터들에게 확대하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도서 공유 비즈니스 모델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우리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스파이더랩’이 대표적이다. 도서 공유를 원하는 사람이 소장 도서로 도서관을 만들고 플랫폼에 등록하면 필요한 이웃이 이를 대출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에는 록다운(lockdown) 효과로 7개월 만에 6000개 이상 개인 도서관이 등록됐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카카오벤처스와 신한캐피탈로부터 시리즈A(1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사실 공유 서비스업은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숙박 공유 모델인 에어비앤비는 국경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무실 공유 모델인 위워크는 상시 집합장소라는 점에서 타격을 받았다. 앞서 언급된 비즈니스 모델은 이런 문제를 비켜가는 로컬(local)형이자, 개인 간 거래(P2P)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제 비껴간 비즈니스 모델로 투자 이끌어내 

‘키돕’이 론칭한 유아용 홈스쿨링 콘텐츠 서비스도 스트롱벤처스로부터 엔젤투자를 유치했다. 키돕은 학습과 놀이를 결합한 이른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형’ 콘텐츠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홈키트로 개발했는데 대박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인체놀이, 우주과학, 미술 등을 주제로 홈키트 1만3000여 개를 판매한 상태다. 집합교육이 제한돼 유아교육기관이 타깃인 대다수 교구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발 빠르게 가정으로 파고든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키돕이 홈스쿨링으로 코로나를 비켜가고 있다면 ‘꾸내컴퍼니’는 헬스클럽을 가정으로 불러들인 이른바 홈트레이닝 비즈니스 모델로 더벤처스를 통해 시드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원격 영상 솔루션을 채용해 트레이너와 실시간 소통하면서 운동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참여자들끼리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해서 재미를 더했다. 일종의 ‘엑서테인먼트(Exer-tainment)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엑서테인먼트 선도기업으로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펠로톤(Peloton)이 있다. 집에서 탈 수 있는 인도어 사이클링 구독 서비스라는 점은 ‘리트니스’ 모델과 같다. 하지만 트레이너와 구독자가 함께 타는 것을 넘어 구독자끼리 연결해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마치 스크린 골프장에서 원격으로 게임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더 나아가 운동 중 흘린 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 준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요가, 명상, 유산소운동 등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정으로 끌어들인 비즈니스 모델은 또 있다. ‘아내의 식탁’이라는 미디어커머스 모델로 급성장하고 있는 컬쳐히어로인데, 최근까지 53억원을 투자받았다. 9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에 6200만 건의 조회 수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음식 레시피와 주방용품 등이 주력 상품이다. 여세를 몰아 최근에는  쿠킹 스튜디오를 마련해 영상 촬영과 라이브 방송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학원이나 헬스클럽, 마트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언택트 바람을 타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사실 서비스업은 공간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이어서 코로나19의 충격파가 큰 업태다. 하지만 여기에 기술을 입히면 얼마든지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셈이다.

소매업도 예외는 아니다. 유통 플랫폼 ‘핫트’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소셜빈’은 최근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유아, 반려동물 용품 등을 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입지 기반 소매업과 차이점은 인플루언서 기반의 C2M(Customer to Manufacturer) 커머스라는 점이다

IT 기술 입혀 사양산업 활로 개척

고객과 제조업체를 바로 연결하는 C2M 방식은 일반 상품이 거치게 되는 4~5단계의 복잡한 유통 과정을 생략한 만큼 가격 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인플루언서에게 달린 댓글을 통해 고객의 욕구를 분석·적용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되고 있다는 점이 이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이다.

이 외에도 차량을 대신 주차해 주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잇차’, 중개 수수료 없이 소형주택을 구해 주는 ‘집토스’, 모바일 채팅형 소설 서비스 ‘(Chatie)’를 운영하는 ‘아이네블루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 등도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업을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가는 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어떤 업종이든 생태계를 바꾸는 견인차 모델로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투자 흐름을 잘 읽는다면 엔데믹 시대의 창업 아이디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시사저널 기사 바로보기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258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