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값

0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동수원 톨게이트로 우회전을 하려고 하는데 어느 ‘비싼 차’가 우회전을 하려는 나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고 같은 속도로 바짝 뒤를 따라온다. 그런데 인터체인지 끝부분에서 그 차가 갑자기 내 앞에서 두 개차선을 왼쪽으로 넘더니 대전 쪽 직진방향으로 가버린다. 갑자기 왕 짜증이 나서 그 차에 대고 한마디 하다 보니 순식간에 내 차는 강릉방향으로 진입해 버린 상태였다.

약속시간은 정시도착 예정으로 불과 5분 남았는데 한참을 더 가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급한 약속이라 다음 톨게이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약간 과속을 하다가 영동고속도로에서 ‘딱지 카메라’에 잡혀줬다. 어쨌든 20분 쯤 늦게 도착했다.

돌아오는 길에 ‘짜증값’을 계산해 봤다.

1. 톨게이트 비(추가분) : 1,500원
2. 유류비(추가분) : 약 3,000원
3. 찍혀준 값 : 7만원(예상)
4. 시간 값(20분): 월급으로 계산한 해당금액
5. 신용회복 값 : 늦게 가서 떨어진 신용 회복하는 비용
6. 자동차 감가상각비 : 대략 그정도
7. 환경개선비 : 추가 주행으로 발생한 대기오염 개선비
8. 힐링비 : 스트레스 받은 만큼 풀어줄 의료비용 등…

끝까지 짜증 안내고 침착하게 ‘즉각’ 우회전했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합산해 보면 이렇게나 큰 금액이다. 하루에 짜증 한번만 안내고 그 돈을 저금하면 대략 5년이면 집한채 살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짜증을 낸 나는 이렇게 큰 손해를 보는데 원인제공자는 ‘그 스릴을 맛보며 연장될 생존시간’까지 벌고 가는 게 타당한 일인가?

그래서 말인데 국민을 짜증나게 한 정치인에게 국민의 ‘짜증 값’을 집단으로 청구한다면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내가 변호사라면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재판이다.

ps) 옛날에는 ‘좋은 차’(좋은 찬지는 난 모르겠고 비싼 차를 말함) 타는 사람들을 ‘Bun’으로 호칭해도 좋을 만큼 양보도 잘했던 것 같은데 갈수록 더 불량해져서 호칭을 ‘Nom’으로 바꿔도 미안하지 않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