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놈만 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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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때, 서울대 앞에서 다방을 운영했을 때 일이다. 원래 이 다방(삼정다방)은 소위 ‘꼰대다방’이었지만 인수 후, 거금 370만원을 들여 Disc를 구입해 음악다방으로 전환했다. 과외와 DJ를 해 억척스럽게 모은 돈 전부이자 내 인생 첫 번째 사업이다.

오픈 후, 동네 조폭들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관리 매니저를 채용하라는 것이다. 거절했더니 그 다음날부터 테이블마다 한명씩 앉아서 냉수만 시켜놓고 아예 손님을 못받게 훼방을 놓았다. 웨추레스들은 손님이 와도 겁나서 응대할 생각을 안했다. 그렇게 한 달.

어느날도 그 떼거리들이 여느때처럼 우리 다방으로 출근(?)을 했다. 할 얘기가 있다며 이들을 뒷문으로 오라고 한 다음, 그 가운데 한명을 붙들고 죽어라고 패 버렸다. 옆 깡패들이 수없이 달려들어 발로차고 주먹질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 ‘한 놈’만 물어 뜯었다. 코피가 뚝뚝 떨어지고, 눈이 안 보이고 장발머리가 한웅큼 빠졌지만 놓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들은 사라졌다. 어쩌다 오는 날도 차를 시켜놓고 조용히 얘기하다 가곤했다. 내가 죽도록 엉겨붙었던 그 친구(?)와는 폐업할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 만일 전체를 대상으로 덤볐으면 나는 어땠을까? 이겼다고 해도 세력을 다듬은 그들이 다시 보복을 해 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에는 적폐가 많다. 그 모두를 단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그렇게 했다고 해도 세력이 바뀌면 또 다른 보복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개 골라 죽도록 패버리면 동질의 사람들도 조심하게 되고, 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다. 만일 그래도 한다면 동네 여론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영업을 잘해가는 것이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