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창업트렌드 베스트10

엔데믹(endemic) 상황이 확실시되는 2021년, 창업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0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사태가 창업시장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굵은 빗속을 주행하던 자동차가 짙은 안개까지 겹친 비포장도로로 진입한 느낌이다. 인구 감소와 빈부 격차, 저성장 등 그렇잖아도 버거운 시장에다 세계화의 붕괴, 원격근무, 입지업종의 쇠퇴 등까지 더해지면서 이제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른바 뷰카(VUCA)의 시대로 진입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업종의 재구조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코로나19까지 겹쳐 70%의 업종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제자리로 복귀하기가 어려워졌고, 소비는 크게 위축돼 전망도 불투명하다. 엔데믹(endemic) 상황이 확실시되는 2021년, 창업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21년 창업시장에서 나타날 트렌드 10가지를 예측해 본다.

1. 대담한 피봇 Bole Pivot

피봇이란 기존의 사업모델을 혁신을 통해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밀워키에 본사를 둔 세탁기업  워시비앤비(washbnb)는 호텔의 침대시트나 식탁보, 베갯잇 등 리넨(linen) 제품 세탁용역을 주된 사업으로 했다. 하지만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자 호텔급 세탁 서비스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세탁배달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면역력이 약한 노인을 위해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세탁물을 접어 배달하는 서비스로 피봇해 위기를 넘기고 있다.

덴마크에서 유일한 미슐랭 식당인 ‘노마(Noma)’는 적어도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했던 ‘뉴 노르딕’ 요리 맛집이다. 하지만 지난 7월 햄버거 가게로 전환했다. 여행자를 위한 요리를 포기하고 현지인들에게 저렴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식업 역시 작은 점포, 배달이나 픽업이 가능한 간편식, IT와 융합한 O2O 시스템,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2. 접촉 없는 연결 Hands off Network

코로나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엔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적 규범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실생활의 안전과 생존의 균형이 요구되고 있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서비스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진 것이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기술을 더한 모델링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다.

이미 정착 단계로 접어든 원격근무와 원격교육, 원격헬스, 소비자의 개별적인 요구나 주문에 맞추어 물품이나 서비스를 바로 제공하는 온디멘드 서비스 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반기술을 가진 SI 사업의 도약이 예상된다. 즉, 창업에 필요한 정보 시스템의 기획에서 개발과 구축, 나아가서는 운영까지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다만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100% 디지털 경험으로는 불가능하므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3. 평판의 자산화 Reputation as an asset

우리 사회는 현재 평판(Reputation)이 화폐나 상품보다 우선시되는 시대로 넘어왔다. 농경사회에서는 지주가 패권을 가졌고, 산업사회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패권을 잡았다. 그러나 네트워크사회에서의 자본은 바로 가상공간에 떠다니는 평판이 주도하고 있다. 언택트(untact)의 채널이 대체로 소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그만큼 SNS 관리가 중요해졌다.

학원과 의료기관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업종은 학부모 카페의 평판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 이렇듯 분야별 전문 카페는 소비자 권력으로 올라섰다. 이제 온택트(On-tact)의 가속화로 온라인 평판은 브랜딩의 핵심 수단이 됐다. 애프터마켓(After Market)으로 이어가기 위해 뉴스페이지, 블로그, 리뷰,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4. 생존의 동맹 Survival alliance

전통적인 사업모델 가운데 70%는 한계 상황이 왔다. 게다가 개인화된 시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1인 창업으로는 버겁다. 이제는 상호 역량을 연결해 통합하는 창업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프라인 기반 모델은 기술 개발이, 서비스 모델에는 콘텐츠가 연결돼야 한다. 각각의 역량을 통합 혹은 융합해 경쟁력을 높일 전략적 제휴, 공동창업 등의 방법을 말한다.

캐나다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파이(Shopify)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15마일 이하로 좁혔다. 이를 위해 판매자의 비용 관리, 청구서 발송, 현금흐름 예측, 배송 최적화 등을 돕는 클라우드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번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에는 아마존이나 이베이처럼 보편적 서비스로 대응했지만 플랫폼과 판매자 간의 상호 동맹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5. 소호의 귀환 Return of SOHO

소호(SOHO)란 ‘소규모 사무실 혹은 가정 기반 사무실(Small Office Home Office)’을 말한다. 네트워크와 정보기술,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가능해진 개인화된 사업모델이다. 소호는 경제적 위기 때마다 피봇해 나타났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는 한국형 패스트푸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소매 중심의 오픈마켓이었다.

이번 코로나19는 더욱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된 소호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배달음식의 일반화, 입지 소매업의 쇠퇴, 서비스업의 온라인화 등으로 규모의 경제는 빛을 잃었다. 한 평 음식점의 픽업 서비스 모델, 온라인 셀러, SNS 크리에이터 등 소규모 창업 모델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소호 비즈니스 모델은 지식 기반 서비스업에 더욱 유리하다. 물리적 스페이스가 없어도 원격 시스템,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시스템과 콘텐츠가 소호 창업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형석 : 빅테크시대, 비즈니스모델300(현자의숲)

6. 비정형 프로젝트 Atypical Project

예상치 못한 패러다임은 일(work)의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시장은 비즈니스 모델의 재구조화를 강요한다. 계약에 의해 일정 시간 근무해야 하는 일부 직업은 지능형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수술용 로봇 다빈치(Da Vinci), 아마존이 개발한 물류자동화 로봇 키바(Kiva), 덴마크가 개발한 제조업용 협동로봇 코봇(Cobot), 일본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AIBO) 등은 사무직뿐 아니라 전문직 일자리까지도 앗아가는 추세다.

유튜브 조회 수 3억 회에 빛나는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댄스도 아니고 무용도 아닌, 그저 막춤 같지만 묘하게 홀리게 만드는 퓨전 춤으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프로듀서와 소리꾼, 댄서팀이 결합한 비정형 프로젝트다. 각각의 정형화된 업(業)의 한계를 벗어나 통합을 통해 무질서 속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사례다. 창업 역시 정형화된 ‘업종 시대’는 가고, 업종 간 통합과 기술적 융합, 그리고 직(Job)과 업(work)의 연결을 통해 ‘비정형의 정형화’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다.

7. 페르소나 이형증 Persona dysmorphism

페르소나(Persona)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덕목이나 의무에 맞춰 자신의 원래 모습 위에 덧씌운 사회적 인격’ 혹은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를 말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세분화한 대상 고객, 즉 ‘상품을 주로 사게 될 특정 고객 그룹의 대표적 가상인물’로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의 얼굴은 양면성을 가진다. 얼굴의 어원을 찾아가면 히브리어로 복수형 파님(fanim)이다. 즉, 소비자는 조건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페르소나 설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 유아복 판매 데이터를 보면 할아버지는 닥스(DAKS), 할머니는 압소바(Absorba), 아이 엄마는 블루독(Bluedog)이나 밍크무이(Minkmui)를 주로 산다. 조부모는 권위와 보상을, 엄마는 가성비가 좋은 이른바 매스티지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같은 의류인데도 누가 구매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소비자의 관심을 찾아 정밀하게 설계해야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깃(Target) 마케팅이 가능하다.

8. 그린 스토리 Green Story

11월 마지막 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서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Buy Nothing Day’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과도한 소비행태 반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이지만 올해는 기후변화로 촉발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락다운 영향도 있지만 실제로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전년 대비 절반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

이제 상품은 자연친화적이어야 한다. 친환경 생활방식은 단순히 채식을 즐기고 유기농 위생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농산물이나 음식뿐 아니라 이제 모든 기업의 상품 제조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재료를 더 사용하고, 포장을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평판이 소비자에게 더욱 어필될 것이다.

9. 행복을 찾아서 Pursuit of Happines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례 고용전망 보고서는 코로나 재유행이 확실시되는 4분기 회원국의 실업률이 12.6%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OECD 평균 실업률은 8.6%였다. 실직은 물질적 빈곤보다 심리적 갈등과 상대적 고통을 더 강하게 유발한다.

코로나는 공포를 불러왔고, 실직은 불안을, 원격근무는 피로감을, 재택근무는 가족 간 갈등을 몰고 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관계적 피폐함을 부르는 정점에 있다. 얼마 전,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한 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염려하는 딸의 사진이다.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 앞에 주차된 차량 위에서 병원을 바라보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댓글에 “먼발치에서 어머니를 잠깐이라도 보고 마음을 나누려는 딸의 마음은 어떤 기술도 대체할 수 없다”고 썼다. 인간의 감정표현 가운데 55%가 비언어적이라는 것으로 설명이 충분하다.

코로나 발병지로 지목되는 중국 우한에서는 락다운 이후 이혼신청이 300%나 증가했고, 일본의 자살률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20대 여성 자살률은 최근 83%나 급증했고 우리나라도 43% 늘었다. 코로나 고통은 공통이지만 그 영향은 동등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청년 일자리 관련 비즈니스 모델, 마음 치유 프로그램, 위안(慰安)상품, 관계성 비즈니스 모델 등 소비자 행복을 찾아줄 사업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2021 창업트렌드, 이형석

10. 가정 중심 생활 Home based life

사회적 거리 두기와 원격근무, 실직 등으로 본의 아니게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 직장에서 하던 업무도, 학교에서 하던 학습도, 보육기관에서 맡았던 돌봄도 이제는 집에서 가족원의 도움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가정은 ‘과부하의 공간’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가족의 생활시간 변화, 가사노동 부담의 증가, 자녀 및 노인 돌봄 부담, 가정경제 악화, 배우자와의 관계 및 자녀와의 관계 변화 등의 문제를 몰고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도적 가족의 성격이 강해 관계에서도 존재적 의미나 친밀감이 강조되기보다는 역할 수행을 강조하는 도구적 의미가 강하다. 이에 따라 관계적 경험이 많지 않은 부부가 사적 공간과 공유 공간, 업무 공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시간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가정생활의 편익상품, 가족원이 함께 하는 놀이, 개인화된 스마트 시스템 등이 필요해진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부분의 업종이 30% 이상 매출이 줄었지만 조립식 가구, 전자제품 등은 거꾸로 30% 이상 매출이 올랐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홈가드닝, 홈쿠킹 도구들, 놀이교구, 키덜트(kidult) 상품, IoT 기반 스마트 상품 등이 가정생활에 활기를 주게 될 것이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이 글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기사보기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762

이 글은 저작권이 이형석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필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