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자의 무거운 어깨

‘혼봄’ 즉, 혼자 돌봄을 준비해야 하는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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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남자들도 50대가 되면 어깨가축 늘어진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가 퇴직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앞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50대에는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야 할 시기다. 자녀가 대학을 가거나 결혼해야 할 시기여서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부터는 자녀에 기대기도 어려워서 ‘혼봄’ 즉, 혼자 돌봄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된다.

집에서도 아내나 자녀와 대화가 잘 섞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외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우울증도 심해진다. 존재감은 떨어지고,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금방 읽었던 신조어가 생각나지도 않는다. 내일을 위해 공부를 좀 하려고 해도 기억력이 예전 같지도 않다. 몸은 또 왜 이리도 피곤한지…

59세가 되면 1인당 생애주기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이 된다. 27세에 시작된 흑자인생이 59세에 제로지점이 되고 60세에는 79만원의 적자인생으로 돌아선다.

생애주기 적자

이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대한민국 50대 남성의 자살자 수가 그 어느 세대보다 많다. 2019년 한국 남성 자살자 수는 9,730명이다. 이 가운데 50대가 2,185명으로 40대(1,885명)나 60대(1,602명)보다 훨씬 많다. 이 구간의 여성 자살자 수는 50대가 672명이다. 이는 40대(703명)이나, 30대(692명)보다 적은 숫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 한국_자살자 수_2019년

통계 직접보기 : http://gsis.kwdi.re.kr:8083/statHtml/statHtml.do?orgId=338&tblId=DT_LCB_0003#

어제(12월 9일), 통계청이 발표한 1인가구(성별.연령별) 비중을 보자. 청년기부터 50대까지는 남성 1인가구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 50대만 보면 여성(14.1%)보다 남성(18.4%)의 1인가구 비중이 높다. 하지만 60대부터는 거꾸로 여성의 1인가구 비중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그 배경에는 의학적 관점으로 해석되지만, 버림받은 50대의 높은 자살도 한몫을 하는 건 아닐까.

통계청_2019년_1인가구 성별.연령별 비중

“남자의 Y염색체에 유전적 결함이 있어 크기도 작고 변이도 많이 생겨 감염이나 암, 선천성 질환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콜롬비아대 마리안 J 레가토 교수의 논문이 있다. 질병사망이 남성에게 더 많다는 의미다. 우울증이나 심장질환, 무력감 등에도 남성이 더 취약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질병 때문에 100세 시대에 절반밖에 안 산 50대 남성인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만큼 책임감에 대한 중압으로 생긴 질병이 아닐까 싶다. 차량 사고나 추락, 미끄러짐 등으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도 연 3만 넘게 발생한다. 여기서도 50대(5924명, 18.4%)에서 가장 많았다. 건강도 원인이겠지만 딴 생각을 하다가 사고가 많이 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20년, 일본의 경우를 보자. 총인구 1억2,531명 가운데 남성이 여성에 비해 400만명 가까이 적다. 그런데 특이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50대 이하에서는 남성인구가 많지만 이후에는 여성인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다. 당연히 언급한 의학적 문제지만 일본역시 50대 남성의 자살률이 현저히 높다.

일본-2020년 인구구 피라미드

공자는 50세 지천명(知天命)이라 해서 남자가 50세가 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고 했다지만 요즘은 노후와 자식, 실직 걱정에 하늘의 뜻을 헤아릴 겨를도 없다. 이처럼 요즘은 남자가 50세가 되면 하늘의 이치를 깨달아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걱정이 더 많아지면서 인생의 ‘행복’을 잃어버리게 되는 위험한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

언젠가 허핑턴포스트에서 본 기사가 생각난다. 50대가 되면 몇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분노를 참고, 현재에 만족하며,자신을 학대하지 말라. 그리고 가급적 용서하며, 남의 말을 귀담아 잘 들어주라는… 뭐 그런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노후를 위해 돈도 벌어야 한다.

말이 그렇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50대에 창업하자.” 이보다 더 인생을 즐기는 방법은 없다고 감히 장담한다. 창업을 하면 위에 언급된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실패하면?” 그런 걱정부터 하면 창업하지 않고 “자연을 즐기며” 살면된다.

참, 자영업보다는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경제기업으로 도전하는게 좋다. 창업자금 지원정책을 보면 자영업은 모두 대출이지만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은 지원금 비중이 높아서 실패에 대한 후유증도 그리 크지 않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