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를 이용해 보니

클럽하우스는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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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기반 미디어 플랫폼 ‘클럽하우스(clubhouse)’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용자 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사용자가 주제를 정해 방을 개설한 후, 대화 상대를 초청해 음성으로 소통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그 방에 들어가 대화를 들을 수 있는데, 청취자들도 ‘손들기’ 버튼을 클릭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른바 초대전용 음성채팅 소셜네트워크 앱(App)이다.

클럽하우스는 유명 인사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점, 지금 당장 듣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휘발성 정보 등이 매력으로 꼽힌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끈 배경에는 모더레이터(Moderater)로 일론머스크(@e10nmusk)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앞다퉈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추세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연령층이 청년세대인데다 이들이 주로 애플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안드로이드OS로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근 2개여월 동안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리스너(Listener)로 참여해 봤다.

1월에는 국내 유명 기업가들이 상당 수 참여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 등이 스타트업들의 질문을 받고, 답해주는 풍경이 보기 좋았다. 물론 8할은 그들끼리 얘기였지만 나름대로 들을만한 가치는 있었다. 이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젊은 스타트업 CEO들이 세션을 개설해 여러 개의 방이 개설되기도 했다.

그런데 2-3개월 참여해 본 결과, 클럽하우스에서 ‘찐정보나 네트워크’를 얻는 것은 단지 이상이었다. 대체로 ‘끼리끼리’ 얘기를 나누거나, 질문자의 말을 끊거나, 답변에 그다지 성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엑시트해서 큰돈을 벌고, 지금은 자전거 타면서 쉬어가는 중이라는 등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사례가 많았다.

액셀러레이터나 VC들도 일부 성의있는 답변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고정된 입장만 나열하는 일도 많았다. 리스너의 입장에서 솔루션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나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스타트업은 뭐니뭐니 해도 비즈니스모델 고도화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사이트는 거의 듣기 어려웠고, 어떻게하면 투자를 잘 받는지에 대한 소위 ‘투자받는 요령’에 대해서만 주로 대화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불편한 점은 모더레이터들 모두가 전문용어로만 얘기한다는 점이다. 액셀러레이팅, 엑시트, 시리즈A, ROI, Pivot 등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치지만 마일스톤(milestone),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기습확장), 밸류에이션(기업의 현재 가치 또는 특정자산), 캡테이블(투자에 따른 자본금 변화), MVP(Minimum Viable Product/최소의 자원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상품), 허슬러(Hustler) 등 스타트업이 아니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다.

만일 마일스톤이라고 하지 않고 ‘단기 사업계획’으로, 허슬러라고 하기보다는 ‘능력있는 기획자’로 설명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는 리스너들은 진행자인 모더레이터들보다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스타트업을 하려면 비즈니스모델보다 용어공부에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또하나 불편한 점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상당히 홀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타트업은 청년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에도 사회적 미션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그들의 얘기에는 별로 관심을 오비지 않거나 단답형으로 끝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했으면 중년의 스타트업 심사위원조차 ‘클하 하기에는 너무 늙은건가?’라는 세션을 개설했겠는가.

세션을 개설하고, 대화상대를 고르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진정으로 ‘스타트업을 위하여’ 멘토링을 해주려는 마음을 가졌다면 이들의 입장에서 보다 따뜻하고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클럽하우스는 소셜미디어이고 최소한 방을 공개했다면 말이다. 비단 스타트업 세션에서만 그런건 아니다. 다음으로 많은 문화예술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생각을 공유하려고 방을 열었다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초보자나 중년들도 알기 쉽게 보다 성숙한 진행을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leeban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