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의 기적

42년의 경험과 무사고의 기록은 무시된 채, 마지막 208초로 한 인생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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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Hudson) 강은 미국 뉴욕주(州) 동부를 흐르는 강으로 하구부에 뉴욕시가 위치하고 있다. 1609년 영국인 탐험가 H.허드슨이 처음으로 탐험했다 해서 허드슨강이라 부른다. 바로 이 역사적인 강에 여객기가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2009년 1월 15일 15시 30분, US 에어웨이스 1549편(US Airways Flight 1549)은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우고 뉴욕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더글러스 국제공항을 경유하여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륙 직후 기러기떼와 충돌해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양쪽 날개를 잃고 회항하다 센트럴 파크 인근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다. 항공기 불시착 사고였지만 전원 생존하면서, 허드슨강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 불린다. ‘허드슨 강의 기적’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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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건을 처음부터 ‘기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았다. 최소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에서만큼은… 불시착 후 사고경위를 조사하는 교통안전위원회는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하라는 관제센터의 지시를 무시하고 허드슨강에 불시착 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위원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왼쪽 날개가 작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불시착하지 않고 안전하게 인근 공항으로 회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기장인 Chesley B. Sullenberger(57세)는 “그것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맞섰다.

그 이유를 묻자 “42년간의 경험”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1980년 미국 공군을 거쳐 항공 조종사로 일한 전직 전투기 조종사였다. 무려 19,663 시간의 무사고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글라이더 조종사이자 항공 안전 전문가였다.

교통안전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동안 그는 부기장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42년 동안 100만명 넘게 안전하게 운송했는데 마지막 208초 갖고 평가를 받는단 말이야”. 42년의 감각보다 에어버스 시뮬레이션을 믿는 위원회에 대한 불만이었다.

결국 왼쪽 날개를 건져올려 불시착 당시 고장이었음을 확인한 위원회는 왼쪽날개가 고장이라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렸다. 그 결과, 관제센터 말대로 회항했다면 도시에 처박히게된다는 결론을 얻는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시뮬레이션이 경험보다 우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을 만든 인간도 인간보다 시뮬레이션을 더 신뢰한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미 알고리즘에 종속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무려 42년의 인간 경험보다 더 우선되는 컴퓨터 알고리즘.

하나의 의사결정에서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노하우는 덜 중요해진다. 앞으로는 어쩌면 굳이 애써서 경험하지 않아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과를 얻어 그 결과를 신봉하는 기계적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42년의 경험과 무사고의 기록은 무시된 채, 마지막 208초로 한 인생을 평가해 버리는 씁쓸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당시 기장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수용했다면 퇴직금과 연금도 못받고 쫓겨나지 않았겠는가. 갈수록 라스트 마일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