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만 일해도 충분한 사회

나 아닌 나(Another I)가 일을 대신해 주는 사회

0

300인 이상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2021년 1월부터 직원 50인까지 적용된다. 노동시간을 줄여서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대부분 찬성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임금도 따라서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커서 결국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되는 문제도 있다.

어쨌거나 주8시간 근로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게다가 공기관은 선택근로제도 적용 중이다. 근로시간을 3시간, 6시간, 8시간 근로로 나눠 시행중이고, 출근시간도 8시~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시차형 근로제를 적용한다. 근로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구조다.

그런데 앞으로는 일 3시간만 일해도 먹고 사는데 문제없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강연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한 예언(?)을 했다.

백년 후에는 하루 3시간만 일하면 충분히 살아갈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케인즈는 대표적 저서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1936)에서 “완전고용을 실현·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주의가 아닌 소비와 투자, 즉 유효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공공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학자다.

그런데 근로자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생산성 있는 일은 하루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문자 보내고, 커피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고, 동료와 잡담하는 등 실질적인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측 하나. 세계적 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29년이면 사람 뇌와 AI를 잇는 인터페이스 가 나온다.“고 예측했다. 즉, 인간과 로봇을 연결해 로봇에 나를 이식시키는 싱귤레리티(Singularity)가 2029년에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심지어는 나의 아바타가 내가 할 일을 대신해서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인간형 로봇(ASIMO)처럼 나를 대신해서 일하고 나와 놀아주는 또 다른 나를 조만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언급한 두 학자, 케인즈와 커즈와일이 예측한 사회가 곧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돈은 정부가 로봇세(혹은 디지털세)로 거둬들인 재원을 가지고 ‘기본소득’으로 대신할 것이고, 더 벌고 싶다면 나의 아바타에게 내 지식을 심어서 지식소매상을 하면 될 일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과 보상이 분리가 가능해진다. 노동이 가진 본래의 의미, 즉 재미와 보람에 따라 인간이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는 것이다. 지금은 ‘일.가정 양립’이니 ‘워라벨’ 같은 단어가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10년 후에는 “언제 그런 말이 있었나” 싶은 시대가 될지 모른다.

얼마 전,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발표했다. 토론을 거친 뒤 12월 중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다는 것이다. 로봇과 인간의 싱귤레리티를 염두에 둔 윤리기준이다. 지금은 인간이 AI윤리기준을 만들겠지만 싱귤레리티를 넘으면 AI가 스스로 윤리법을 만들지 모르겠다.

나 아닌 나(Another I)가 일을 대신해 주는 사회. 그리고 인간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즐길 수 있는 꿈같은 사회가 10년 후에 우리 곁에 다가올 것 같은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방인